작성일 : 14-05-01 00:32
[운현궁에 노을지다] 무거운 질문
 글쓴이 : 파파베라 (118.♡.98.157)
조회 : 3,494   추천 : 0  
기간 2014-04-04 ~ 2014-06-01
장소 알과핵 극장
시간 평일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3시, 7시 30분, 일요일 오후 3시
티켓가격 R석(1층) 40,000원/S석(2층) 35,000원
주최 WHO+
공연문의 0505-894-0202

http://blog.naver.com/3mjiny/40211052335

​2014년 4월 26일 토 늦은 7시반 대학로 알과핵소극장 / 116분

공연 22일차쯤.
흰 천 드리운 위에 종이인지 다른 천인지 알 수 없는 가시들이 입체적으로 돋혀있는 고급스런 전면 무대.
좌.우측도 이 천이었더라면..할만큼 흰색이지만 멋진 무대이다. 객석 중간까지 드문드문 달린 흰 등 8개.
오른 쪽에는 알록달록한 등 4~5개가 너무 아름답게 모두어 달려있고
그 밑으로는 이 극의 대사중 상징적인 것들이 휘장처럼 대에 걸려져있다.

"무능한 망국의 부자.." "조선의 명운이 다했다
"..등등 가슴 아픈..

여느 한복처럼 공단 느낌의 관복은 아니다. 여자 분들의 평상 한복은 많이 보던 소재였지만
명성황후의 석고대죄 소복은 눈부셨고, 남자분들의 의상 소재가 무명, 베종류, 아마종류 옷감에 색도 선도 너무 아름답다.
휘날리는 조선의 명운을 상징이라도 하듯. 하늘거리는. 궁녀의 한복까지도 탐나게 색이 곱다. 대원군의 무명 도포!

의​자 하나, 낡은 반닫이 2개, 날 보이지 않는 칼 4~5개, 조각상, 쇳대 같은 나무,
그리고 아주 상징적인 붉은 천과 흰 천. 별 다른 고정적 소품은 없다.
그러나 매 번 장면이 다른 장소로 어색함없이 거의 연기만으로 관객을 데려 간다.
좁지만 역동적인.
​연기가 좋으면 의자도 돌로 보이고 나무도 뵌다~.

부패한 정치를 바라만 봐야했던 대원군의 포부는 그만큼 얼마나 파랗게 컸을까~!
"나는 너로 인해 세상을 바꾸고, 너는 나로 인해 세상을 비춰라" 이리 시작된 삼정승 위 섭정.

중전 민씨에 의해 깨닫고 왕권을 되찾은 고종. 그것을 배신이라 여기며 며느리와 아들을 미워하다
결국 망상증에 시달리며 홧병을 앓는 대원군은, 직곡산장에 유배되어 비수같은 말을 자신에게 던지던
한 남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아와 대면하며 마음을 다스리던 중 임오군란으로 다시 권력을 찾는다.
"추억은 현실을 망각하기 위한 사치스런 독약이다."
"빛나지 않는 순간은 죽음이다."  "初心寺?.....~
...... 나였구나 욕심을 버리라 내게 칼을 들이댔던 게.." 
"비우고 계속 새로운 꿈을 꿔야 한다"

중전 민씨가 청나라 세력을 이용해 다시 정권을 잡고 천에 묶여진 대원군과 독설을 주고 받던 장면이
인상적이다. 대원군이 벌인 일인줄 알고 죽는 중전 민씨의 머리 위로 분홍 종이 꽃잎이 계속 떨어진다.
"제가 죽어야 조선이 살아난다면 기꺼이 죽겠으나 제가 살아야 일본이 죽고 조선이 살아나니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이토록 클 수 없습니다."
  '저걸 어떻게 치우고 다음 장면을 하려고...'ㅋㅋ
쓸 데 없는 오지랖. 
다음 장면이 마지막이었다.

대원군과 고종간의 치열한 설전이 ​오고가던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을 들어볼 수 있는 많은 대사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온다. "백성과 함께하지 않는 개혁이란...""무능한 망국의 부자라 할 것입니다."
"무궁한 조선을 위함이었고 역사에 노욕이라 기록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 차이가 무엇입니까?"
"신념이 있느냐이다."
"난 조선을 바꾸기 위해 권력이 필요했을 뿐 내 삶의 목적이 권력이 아니다."
"조선이 붕어하셨다~"



결국은 쇠락하는 시기에 어떻게든 다시 나라를 일으키려 한 세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그들이 외세의 힘을 빌린 순간부터 주체적인 입장은 될 수 없었으리라.
먹구름이 걷힌 파란 하늘을 바랬건만 지독히도 치욕스런 수난이 시작되었으니...
중전 민씨의 말과는 반대로 일본은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고 민족은 열강들에 의해 
매여진 끈에 묶인 대원군의 모습처럼 이리저리 조정당하고 끌려다녀야 했던 시간들이 시작된 것이다.
신라의 힘을 빌어 한강유역을 되찾은 백제도 신라에게 뒤통수를 맞았고,
당나라의 힘을 빌어 삼국을 통일한 신라도 당나라에게 뒤통수를 맞지 않았나. 외조는 속셈 있다.

..중략...역사는 미래를 위한 교과서가 아닌가?
왠지 우리는 교과서 별로 읽지 않고 과외만 열심히 쫓아다니는 학생 아닌가~싶다.
물론 당시보다 지금은 더 복잡한 국가간 상호관계가 얽혀 있으니
외교와 자주적 주권 사이에 미묘한 입장은 더 골머리 아플 것임은 분명하나!

3~4번의 실수는 용납되어질만큼 용어부터 대사량까지 무척 어렵다. ​허나 아쉽긴 하다.
중전 민씨와 고종의 치열하거나 고뇌에 찬 표정, 대원군의 노려보는 시선~좋다.
커튼콜때의 마지막 극적인 동선이 아주 멋지다. 방석을 들고 다니며 객석에 권해주시는 연출님인지..? 
강한 운현궁의 대원군만을 기억하던 나는 오늘 석파란이 아닌 뿌리가 드러난 난을 칠만큼 불안하기도 했으나
이겨낼만큼 강한 정신력과 신념을 가진, 또 그에 따라 부끄럽지 않은 최선의 행동으로 지는 해 속에서도
꼿꼿이 서 외치는 인간 대원군을 만나고 왔다. 공과를 떠나 암울한 시대상황과 권력,
사치를 위한 축재가 없었던 점을 들어 나라를 사랑한 그라 판단하고 싶지만, 권력이란 마약의 속성은
시작과는 달리 그 중독성이 심하다 하니, 나 아니면 안될 것 같은 독선적인 성격과 강한 중독성에 기인한
권력에의 집착도 어찌 없다 하겠는가~!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인 대원군이다.."에서 알 수 있다.
'권력을 사랑했는가 나라를 사랑했는가.'
정치하는 자 이 무거운 질문
고요한 산천 험준한 산곡에 앉아 자신에게 수백번 질문한 뒤 출사표를 던졌으면~~~

TV에선 조연인 정의갑, 김동석, 박기산, 김학재님, 사소묘에서 뵌 기억나는 민충석님.
뽀샤시한 외모가 아니라도 이 무대, 그들의 주연은 빛이 난다.
목화말고도 요즘은 맨발로 공연하시는 무대가 심심찮다. 맨발의 열연에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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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포스 14-05-01 01:35
 1.♡.197.21  
와~~ 리뷰 진짜로 잘 보고가요. 기회되면 꼭 보러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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