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헤드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세미정장을 차려입은 유럽의 모델무용수들이 등장해 춤을 춘다. 여자 무용수는 콜셋만을 입고 남자 무용수들 사이에 한송이 꽃처럼 연무한다. 간간히 비춰지는 여성 무용수에 대한 흑백 다큐멘터리. 한줄기 조명이 길을 비춘 아래로 여자무용수의 곁을 차례로 남자 무용수들이 걸어 행진하며 대사가 나온다. "술 마시지 말것, 외도하지 말것, 일찍 일어 날것, 외식할것, 담배피지 말것..." 한사람씩 행진을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 안감이 보라색으로 된 정장을 펄럭이며 춤을 춘다. 여섯명의 비를 보는 기분이다. 같이 극을 본 친구가 역시 남자들이 안무에 파워가 있다고 했다. 공감했다. 오랜만에 생각없이(?)재미있게 봤던 공연이였다. 안무가가 같이 춤을 추고 나중에 인터뷰때 여성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했지만 내 눈에는 남자들의 세계에 대한 디테일이 두드러 져 보였다. 싸움이라던가, 구애라던가 하는.. 음, 아무튼 눈이 즐겁고 귀도 즐겁고 세련되면서도 현대적이였던 미니멀리즘의 표현판 이였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