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무회-김선미의 춤 <볼레로> 나이든 무용수의 노익장 안성수 픽업그룹 <음악그리기> 젊은이들의 춤사위 강혜련 댄스 프로젝트 <페이딩 어웨이> 빛을 이용한 극
맨 처음 무대는 암흑으로 가득차고 매우 강한 빛을 이용해 신체의 일부를 확대하거나 재조명하는 무용으로 시작되었다. 무용수가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안무를 짠 것 같았다. 두서없어 보였지만 내심 심리적인 압박을 받으면서 극을 보았다. 무용보다는 예술적인 회화 퍼포먼스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무용은 시각이지만 움직임에 대한 빛과 표상에 대한 다분히 회화적인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볼레로는 동양에서나 볼 수 있는 무용의 묘미가 있었다. 나이 지긋하신 여자 무용수가 나와 승무에 가까운 춤을 볼레로 음악에 맞춰 췄다. 전반적인 구성이나 시각적인 매력은 다른 무용들에 비해서 식상하다고 느껴지는 점도 있었는데, 내가 동양인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감안을 하더라도 단조롭다는 생각을 피해가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계속 기립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는 관계자들은 이해를 하기가 좀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매우 젊은 무용수들이 나와서 춤을 췄는데 키가 모두 제각각인데도 다들 잘 어우러져 춤을 춰서 보기 좋았다. 이런 조화야 말로 동양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의 발레를 추면서도 모두가 비보이처럼 자유로워 보였다. 외국의 무용수들은 재즈발레나 현대무용에서조차 무용수들의 체격일치를 중요시 하는 것 같았는데 한국 무용수들의 체급차이는 정말 대단했다. 갑자기 신선한 젊은 피가 수혈되면서 무대는 달아올랐다. 이것이 젊음이구나 싶었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국제 무용축제에 올려진 한국은 역동적이고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안타까움과 아쉬움도 들었지만 그런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들 앞에서 큰 문제가 되어 보이지 않았다. 이 세상 어디에도 춤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한국에도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 언젠가는 탈춤등을 현대적 요소로 재해석한 걸작이 나올 수 있으리란 기대도 해 본다. 꼭 전통적 요소를 현대와 접목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질에 대한 연구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