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07-31 13:06
[당신만이] 하나로 태어나 둘이 되어 다시 하나되는 관조적 삶의 조명
 글쓴이 : 꿈살이 (175.♡.145.93)
조회 : 4,450   추천 : 0  

창작 뮤지컬이니 아직 검증되지 않은 뮤지컬은 아닐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반응은 좋은데, 내용은 진부한 이야기로 비춰진다.

보통 부부의 일생. 그것이 이야기의 전부. 간혹 뮤직드라마라고 소개되고 있었다. 뮤지컬 넘버를 이용한 극 전개가 아닌 귀에 익숙한 대중가요와 연극이 만난 극.

 

시작은 여느 연극과 다르지 않았다. 출연자중 한 분인 한영석 역의 이영욱씨가 나와 일반적 주의사항을 안내했다. 그러면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선물도 주고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는 모습.

 

무대도 변화가 거의 없었다. 밤하늘 같은 배경에 우측 상단에 덩그러니 놓여진 초승달. 별빛이 빛나는 무대 앞에는 나무벤치가 하나. 그리고 무대 왼쪽 가장 자리엔 나무 두 그루, 그 반대편엔 꽃나무 두 그루.

 

둘이였다. 이 뮤지컬의 key word!

 

처음 무대에 등장한 장면도 한 버럭 하는 남편 강봉식과 쏘아부치는 바가지포(?)에 능한 아내 이필례의 전형적인 경상도 부부. 이들 둘이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이다.

첫 장면 역시 제사를 앞둔 부부의 말다툼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들 부부 역을 맡은 두 배우 배명진씨와 최정화씨의 연기가 예사롭지 않다. 쉴 새 없이 터지는 대사 다발에 자연스럽고 깔끔한 경상도 억양. 여기에 상황 적절한 애드립으로 관객석을 빵 하고 터뜨리게 하는, 무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한 빵으로 무장했다.

중간중간 독백과 코믹 그리고 익살스런 표정 연기에 신나는 노래와 춤 사위까지.

특히 경상도 사람이 봐도 너무도 자연스럽고, 잊고 살았던 사투리가 그대로 묻어나는 생생한 리얼리티까지 갖췄다. 적절한 타이밍에 딱맞게 나오는 대사와 그 상황에 딱 알맞은 표정과 몸짓......

 

"어쩜, 세상에 이리도 생생할 수 있을까?'

 

극은 평범한 부부의 사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럭저럭 사는 것 같은, 친구를 너무 믿어 속기만 하는 봉식씨와 이를 보다 참다못해 내지르는 현실감각 강한 아내 필례. 인생에 있어 평범한 범인들이 겪었음직한 삶의 질곡들이 보여지고, 그러다 기력이 쇠락해 서로 다독이며 동반자로 함께할 수밖에 없는 부부의 잔잔한 인생이야기.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빈 휠체어를 끌고 나오며 우산을 채 쥐지도 못한 채 절망하는 봉식. 우리들의 자화상같은 이야기다. 하나로 태어나 둘이 되어 엮어 가는 알콩달콩 삶의 재미가 모두 함께 하는 하나됨에서 비롯되고, 사랑은 그 과정에서 싹트는 것임을 관조적으로 조명한다. 하나로 태어나 둘이 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연인, 서방, 웬수 그리고 동반자로 둘의 과정이 변화됨을 보여주고 마침내 하나가 될 무렵 이별로 하나가 되지만, 둘이 됨을 그리워하는 하나의 처지가 무대 위에서 투영된다.

 

필례가 죽기 전 남편 봉식에게 하는 푸념 같은 당부는 지극한 사랑의 잔소리였다. 혼자될 봉식의 앞날을 걱정하면서 살아갈 삶의 지혜를 투박한 핀잔투로 던지듯 전하고, 이를 반발하는 듯 하면서 마음에 줏어 담는 남편 봉식의 마음이 사소한 행동과 몸짓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애잔한 동반자로 승화한다. 동반자는 아내 필례의 투박하고 꾸밈없는 배려와 보살핌 그리고 헌신의 대가이자, 이를 알면서도 떼쓰고 반발해보는, 그러면서 닮아가며 기대고 받아들이는 남편 봉식의 수용으로 이뤄졌다.

 

극중 90년대의 유행가요들이 상황에 맞게 전개되면서 배우들의 개인기에 가까운 재기들과 익살, 그리고 시원한 노래 실력까지 덤으로 얻어오게 되는 멋진 뮤직드라마다.

 

부부가 어떠한 삶을 살게 될지, 어떻게 사는 것이 인생인지 한번쯤 고민하는 관객이라면, 더위에 팡하고 폭소를 터뜨리고 싶은 관객이라면 "당신만이"는 꼭 맞는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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