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간만에 동창회에 나서는 엄마.
화려하게 차려입느라 난리다.
저번에 동창생들의 휘황찬란한 옷차림에 기가 죽은 기억 때문에
엄마는 반지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반지 하나 고르는 데 2시간 걸렸다.
엄마 반지는 딱 2개 뿐인데....
모든 걸 완벽하게 치장한 엄마.
이번엔 정말 엄마가 스폿라이트를 받는다.
모든 동창들의 시샘의 눈길에 뿌듯해하는 엄마
엄마는 우아하게 인사를 한다.
"얘드아!(얘들아) 오데간마니다.(오래간만이다)"
다른 치장에 너무나 신경을 쓴 나머지.. 엄마는 틀니를 깜빡 잊었다.
그후로 엄마는 동창들과 연락을 끊고 산다.
2. 엄마가 오래간만에 미장원에 갔다.
주인이 반긴다.
"정말 오래간만이네.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네, 덕분에....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머리손질 좀 빨리 해주시겠어요?
시간이 없으니까, 30분 안에는 완성해 주세요"
"30분 안에요?
네, 알겠어요"
한참 손질하던 주인,
"이왕 오신 거....
머리를 마는 게 어때요? 훨씬 보기 좋을 텐데...."
훨씬 보기 좋다는 소리에 솔깃한 엄마.
"그럼 어디 간만에 파마나 해볼까."
그렇게 엄마는 머리를 말았다. 꼭 3시간 걸렸다.
머리를 만 채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온 엄마....
집안의 공기가 썰렁했다.
그 후 엄마는 누나의 결혼식을 비디오로 봐야 했다.
3.아버지도 만만찮다. 출근하느라 정신 없는 아버지. 서류 가방 들랴, 차키 챙기랴, 머리 염색약 뿌리랴. 한바탕 전쟁을 치른 뒤 무사히 출근에 성공한다. 한참을 운전하던 아버지.... 뭔가를 빠뜨린 것 같아 핸드폰을 꺼내 집으로 전화를 한다. 근데 이상하게 통화가 안 된다. 아버지는 욕을 해대며 다시 걸어 보지만 여전히 통화가 되질 않는다. 그날 엄마와 난 하루종일 없어진 TV 리모콘을 찾아 헤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