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관람했던 연극.. 아니 영화라고 해야 할까.. 옛날 후시녹음도 하기 전에 무성영화 시절의 영화 한편을 연극무대위에서 보여준 작품이었다. 지금이야 동시녹음 시절이라지만, 무성영화 시절에는 배우들의 목소리를 영사화면 옆에서 라이브로 들려주는 변사가 최고인기 직업이었다고 상영전에 변사로 나오신 분이 설명해주셨다. 변사가 모든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다 들려줘야 했기 때문에 그날그날 변사의 컨디션에 따라 영화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고.. 처음에 영화를 틀기전에 분주한 모습들을 잠시 보여준 후 영화의 막이 올랐는데 변사역할을 맡으신 분이 참으로 맛깔스럽게 목소리를 더빙해주셔서 아주 재밌게 보고 나왔다^^ 처음에는 흑백영화고 화질도 별로인 영화를 1시간 넘게 봐야 하는 것이라 꽤 지루할 수도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오늘은 변사님의 컨디션이 좋았던지(?) 그런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버리시는 대단한 힘을 발휘하셨다~!! 땀도 뻘뻘 흘리시며 주전자도 탁자위에 올려놓고 간혹 물도 마셔가면서..^^ 그 분은 진짜로 예전 그 시절의 변사를 하셨던 분 마냥 실감나게 보여주셔서 영화속으로 절로 빠져들게 만들어주셨다. 중간중간 필름이 끊길 때마다 남녀 배우가 나와서 그 끊어진 부분을 상상력을 동원해서 보여주는 장면에선 연극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 화면이 끊기면 바로 튀어나와서 보여주고 화면이 다시 연결되면 무안하다는 듯 뒤로 도망가버리는데 화면이 끊기고 나서 다시 연결되는 시간과 연기를 보여주는 시간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걸 보고 연기로 복원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중에 끊기는 시간이 길었던 장면에선 리플레이로 느리게 반복재현되게 보여주는 센스까지..ㅋㅋ 솔직히 이제 tv에서도 볼 수 없는 이런 무성영화 보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우연한 계기로 보게되어 참으로 뜻깊은 시간이었다. 헌데 크리스마스 이브날 보러갔는데도 관객이 너무 적었다. 그 공연장이 동숭아트센터 5관에 위치해있었는데 내가 예전에 갔을 때는 그곳은 없었는데 비어있던 공간을 개조해서 새로운 공연장을 하나 만든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공연장 내부는 상당히 아담했는데 그렇게 아담한 공연장도 썰렁하다 싶을 정도로 관객이 적은 걸 보고 그 공연을 보러 간 관객의 한 사람으로 많은 안타까움을 느끼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