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에 들어서자 뚱뚱한 악기가 진열되어 있었다. 바로크 악기는 전체적으로 둥글고 뚱뚱하며 소리가 작고 웅얼거리는 목소리였다. 연주자들이 들어서고 귀에익은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고전음악쪽은 일본에서 잘 발달되어 있는것 같았는데, 한국의 연주자들이 모두 유학파인데 반해 일본 연주자들은 자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이였다. 일본 전통음악과도 상당히 흐름이나 느낌이 비슷했다. 소위 터지고 울리는 음성이 아닌 제한되고 울리지 않는 음이 그러했다. 아마 처음 이 레파토리를 일본에 가지고 들어간 사람도, 그리고 그것을 즐기고 사랑한 사람도 모두 비슷한 동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 본다. 모든 곡은 나지막히 듣기 편하고 좋았다.
곧이어 리코더 연주자가 등장을 했다. 한국인이였는데 그렇게 전공악기를 살려서 프로페셔널하게 연주할 수 있는 저력은 한국연주자에게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연주자는 매우 어렵고 빠른곡을 자유자재로 불었다. 한때 배우던 리코더와 생김은 같았으나, 악기매장에서나 보던 목각악기라는 점, 그리고 크기가 두배는 크다는 점들이 흥미로웠다. 곡의 시작시 리코더를 입에 문채로 지휘봉처럼 허공에서 한번 휘저어 악단을 지휘하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웅얼거리는 실내악을 뚫고 한줄기 목각피리소리가 허공을 채웠다. 명쾌하고도 명랑하며 한편으로는 궁중생활의 지루함을 토로하는듯 꿍얼거리는 태도도 있었다.
과거로의 여행, 그 안에서 인간이 살아가던 지루하고도 의무적인 삶의 순간들을 느끼다. 어쩌면 나의 오늘은 그날의 뛰어나고 부유하던 누군가의 삶 보다 편안하고 지루할 터이다. 나의 음악은 어디쯤에 연주되어 어떤 마음으로 그려지고 있을까. 잠시 숨을 멈추고 순간을 정지시킨듯 고요하고도 즐거운 음악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