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목동 KT체임버 홀에서 연주가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다. 예상과 다르게 사람들이 꽉 차고 자리도 없어서 못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고 흥미롭게도 어른을 위한 곡해설이 있었다. 첫곡 시벨리우스의 은둔의 삶과 그의 인생, 그리고 환경등이 앞서 소개되었다. 오늘 들을 곡은 국가적 지지를 받던 은둔 전 시기의 비교적 듣기 편한 작곡들이라고 했다. 관이 없고 거의 현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오케스트라의 특성상 음악이 상당히 여성스럽고 편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들으면 자기 딱 좋은 최적.ㅋ
다음으로 모짜르트의 곡이였다. 한창 공연이 궁정을 벗어나 대중에게 유행할 당시 연주자들을 둘 셋 세우던 풍조에서 기원한 이 곡은 모짜르트가 독주부분을 즉흥으로 남겨두지 않은 곡이며 그의 수 많은 미와성 곡중 하나라는 설명이 따라 붙었다. 그리고 모짜르트 시대 이후에는 쇼팽을 비롯한 대가들이 나와 이러한 콘체르트, 풍조는 사라졌다 한다. 모짜르트의 비올라 바이올린 콘체르토는 추억이 많은 곡이라 감상에 깊이 젖어 들었다.
다음으로 큰 악곡은 쓰지 못하나 작은 악곡의 멜로디는 신의 손을 빌려 쓰는 국민 작곡가 그리그의 음악이 울렸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그리그의 음반을 하나 샀을 정도로 그의 멜로디는 아름다웠다. 하이든은 주구장창 유머러스 했다. 그가 전속하던 귀족의 악단이 귀족의 오랜 휴가로 9개월이나 가정에 돌아갈 수 없게된 것을 위로한 음악이였는데, 하이든 특유의 깔끔하고 가벼운 음들이 스치고 나더니 점점 연주자들이 사라져서 마지막에는 연주자가 남지 않았다. 그때당시 이 모습을 본 귀족은 당장 다음날로 휴가를 줬다고. 빈 무대에 대고 박수를 치는 경험은 정말 재미있었다.
이미 규정되어 버린 것들 사이에서 무엇이 되고 무엇이 되지 않는지를 인간과 역사가 참 많이 규정해 놓은 듯 하다. 유머와 창의 그리고 아름다움의 정의란 존재 하는 걸까? 그 정의는 모르되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오늘도 나는 참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