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6-04-22 10:43
[!2016! 음악극 ‘기억하지말랬잖아’] "사랑"이란 화두를 던져 준 사랑이야기
 글쓴이 : 꿈살이 (175.♡.130.228)
조회 : 3,876   추천 : 0  
기간 2016-04-05 ~ 2016-05-01
장소 대학로 올래홀
시간 *4/5~4/17 -화~금 오후 8시/토,일,공휴일 오후 4시, 7시/월 공연없음(단, 4/13 수요일 오후 8시 1회) *4/19~5/1-화~금 오후 5시, 8시/토,일,공휴일 오후 4시, 7시/월 공연없음
티켓가격 일반석 40,000원
주최 주식회사 컬처마인
공연문의 1566-5588

저랑 사랑하실래요?

꼭 당신과 사랑해야 하나요?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나요?”

이미 시작된 걸요. 사랑은 그런 거죠! 말도 안되게 그냥 그렇게 시작되니까!”

사랑이 어떻게 시작되던가요? 알랭드보통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사랑은 우연이 시작되지만, 서로는 운명이라 여기며 그 운명의 증거들을 하나하나 찾아내곤 즐거워하며 시작된다고 기술합니다. 그리고선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서사적 논리를 부여한다고 합니다. 우연히 일지라도 만날 확률이 극히 낮은 데에도 불구하고, 만났다면서 운명적 사랑이라 정의해 버립니다. 이런 것을 알랭드보통은 사랑 내부의 관점에서는 삶의 우연적 성격을 목적성이라는 베일 뒤로 감춘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연극 역시 우연으로 맺어진 사랑에 관한 얘기입니다. 처음 만나는 한여자에게 늘 사랑노래 부르고 싶다면서 다가가는 동하. 그들의 사랑 그 끝엔 청혼하지 않는 동하에 대한 한여자의 절교 선언이 있습니다. 그리고선 쉬이라는 여가수와 동하의 사랑, 이 역시도 서로에 대한 사랑 확인 욕구 뒤의 갈망에 이르러 갈등이 있습니다. 쉬이를 위해 사랑 노래를 부르면서도 다가서지 못한 채 어항 속 금붕어를 바라보며 괴로워하는 동하. 그리고선 동하의 사연이 그려집니다. 사랑했던 수빈과 헤어지면서 수빈이 요구한 어렵고도 어려운 사랑. 그 사랑을 실천하고자 했던 동하가 보입니다. 수빈은 자신을 사랑하려면 먼저 다른 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랑 노래를 불러 사랑을 노래하고 그런 다음 자신에게 오라는 요구를 하고, 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그 사랑하는 여자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동하는 사랑 노래를 진심으로 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원을 이뤄주는 것이기에 또다른 여자와의 사랑은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랑하는 한 여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다른 여자에게 진심으로 사랑노래를 불러주면서도 사랑은 주지 못하는 운명의 남자 동하.

사랑이란 주제를 꼬고 또 꼬아서 관객들로 하여금 사랑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 연극에서 사랑노래는 창작곡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임재범의 너를 위해나 이문세의 소녀같은 노래가 극중 가수 쉬이의 목소리나 혹은 남녀 주연 배우들의 듀엣으로 불려지기도 합니다. 잠시 동안 입과 마음에서 함께 따라 부르며 회상에 잠기기도 합니다.

이 음악극을 이해하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그리이스로마신화를 알아야 합니다. 바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입니다.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의 왕 오이아그로스(아폴론)와 그의 9인의 뮤즈 중 우두머리였던 칼리오페 사이에 태어난 아들로, 어려서부터 악기 연주와 노래를 잘했습니다. 아폴론은 그에게 헤르메스로부터 선물 받은 리라를 주어 연주하도록 합니다. 그는 아르고스 호의 원정에 참가하여 리라를 연주해 폭풍을 잠재우고,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익사하게 만드는 마녀 세이렌들의 요사스런 노래로부터 동료들을 구하기도 합니다.

원정에서 돌아온 오르페우스는 님프 에우리디케를 만나 사랑에 빠졌고 축복 속에 결혼하며, 에우리디케를 아내로 맞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는 산책 중 양치기 아리스타이오스에게 쫓겨 도망가다가 독사에게 발목을 물려 죽고 맙니다. 슬픔에 잠긴 오르페우스는 아내를 데려오기 위해그녀를 찾아 저승까지 내려가게 되고, 저승의 뱃사공 카론과 복수의 여신들, 저승신 하데스와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는 그 수금소리에 감동받습니다. 마침내 하데스는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돌아가도 좋다고 허락합니다. 단 한 가지 그가 지켜야 할 약속은 지상으로 돌아갈 때까지는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의 지상에 도착했을 무렵, 오랜만에 만난 남편이 자신을 보지도 말도 하지 않는데 실망한 에우리디케의 안달과 채근에 참지 못한 오르페우스는 약속을 잊은 채 뒤를 돌아보았고, 결국 그의 사랑하는 에우리디케는 영영 저승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오르페우스는 통곡하고 통곡하지만 소용없는 일입니다.

 

망연자실한 오르페우스는 멍하게 살았는데, 그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드라키아 지방의 처녀들이 술의 신 디오니소스 축제에 갔다온 뒤, 도도한 그의 모습을 보고 열받아 오르페우스를 갈갈이 찢어 죽이고, 그의 시체와 부숴진 리라를 강에 버립니다.

오르페우스의 어머니인 요정 칼리오페는 아들의 시체를 모아 묻어줍니다. 오르페우스가 묻힌 지역의 새들의 노랫소리는 유난히 아름답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랑!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죽고 살게 되기도 하는 걸까요?

이 음악극은 기타라는 악기를 리라 대신 사용하는 점, 영상 매체에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오페라가 상영되는 점, 플롯이 비슷하다는 점 등 곳곳에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가 모티브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많은 부분을 영상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통상적인 연극과는 차별성이 있습니다.

음악극을 내세웠지만, 음악에 그다지 많은 점수를 주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사랑에 굶주린, 혹은 사랑을 해 본 사람에게 사랑이란 주제를 화두로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공연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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