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저녁 바이올린 레슨을 끝내고 세종문화회관으로 향했다. 스페인의 국민음악을 연주하는 국민피아니스트라니, 한국과 비슷한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일컫어 지는 스페인의 정서를 느낄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국가적 스케일의 감정들이 밀려오는데 공연의 컨셉이 더욱 그 기분을 뒷바침 해 주었다. 도착한 공연장에서는 10분정도의 딜레이 후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무대는 피아니스트와 곡, 그리고 무대 외에도 관중의 기대에 크게 힘입는 법인데, 그저 새로운 시도를 하러 온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과 간단히 기회가 된 김에 온 것 처럼 보이는 사람이 많아 공연장 분위기가 생각보다 상당히 편했다.
곧이어 알베르토 우르즈가 나와 인사를 하고 곡을 바로 연주하기 시작했는데 음. 정말 아름다웠다. 아름답다는 표현은 예쁘다라는 어감과는 깊이가 다른데, 우리는 흔히 예쁜 사람보다는 아름다운 사람을 더욱 높게 평가한다. 나는 그 이유가 음악을 예쁘다고 하지 않고 아름답다고 하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아름답다는 말에는 예쁘고 고통스럽다. 라는 어감이 약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서 약간의 고통을 느낀다. 예쁜것은 쾌락을 주지만 아름다운 것은 유리천장을 이고있는 듯 보는이로 하여금 막연한 안타까움과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그의 음악은 아름다웠다.
나는 공연이 끝나고 곧장 교보문고로 가서 알베르토 우르즈라는 피아니스트와 알베니즈라는 작곡가를 찾아보기 시작했지만 고작 알베니즈의 한곡을 연주한 호로비츠의 씨디 하나를 발견했을 뿐이였다. 그러고 보면 클래식계라는 것도 얼마나 편파적인가 말이다. 왠지 가슴이 울적해서 호로비츠의 씨디 하나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내내 클래식으로 연주한 '한'의 정서를 들은 느낌이였다. 그의 피아노 실력은 폭포 아래서 득음을 한 듯 인내로 가득했고 음악의 정서는 러시아와 유럽과는 다른 깊고도 아름다운 스페인의 격정과 침묵을 담고 있었다.
나는 문득 윤이상이라는 한국의 작곡가가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한국의 클래식과 한국의 정서라는 것은 무엇일까. 황병기의 가야금이 말하는 현대적 국악과 현대음악이 풀어내는 과거의 정서란 무엇일까.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 수록 클래식이라는 표현의 수단과 음악들 과의 관계는 나를 매료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