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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
2015-01-29 ~
201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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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대학로 아트씨어터 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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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
평일 8시 / 토·일·공휴일 4시 /월요일 공연 없음
*설 연휴 쉼 (2월 18일~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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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가격 |
전석 1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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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
한강아트컴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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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의 |
02-3676-3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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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홉의 연극은 극본만 어쩌다 봤는데(벚꽃동산-고전책에서) 우울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었고 팜플릿이나 제목을 봐서는 이번 연극도 보기전부터 우울한 스토리일 것이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었다. 실제 보니 물론 분위기는 우울했지만 생각보다 재밌었다.
우선 제목은 러시아 원제로는 그냥 이바노프였던 거 같은데 현대적인 감각을 주느라 그런지 요즘 화제가 되는 "잉여인간"을 덧붙인 듯하다.
이바노프 역을 한 연기자는 우울하고 찌질하며 무기력한 남성 캐릭터의 연기를 아주 잘해서 극중 얼굴을 보기만 해도 나까지 우울해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출구없는 답답감은 주인공의 자살이 필연적이랄 정도로 예견되었다. 오늘날로 치면 제 한 몸도 건사못하고 이성에 대한 우유부단에 질릴 정도인데 그 우울함은 딱 정신과 치료를 오래 오래 상담받으면서 받을만한 케이스다. 주인공은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닥친 이유 없는 불행감과 무기력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데 이러한 급작스런 성격 변화라는 설정은 중년의 방황이라고 하기에는 그 느답없음이 과해 보인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한 편 체홉의 연극을 봤었는데 "어느 관리의 죽음"이라고 거기서도 성실한 한 관리였던 관리가 어느날 갑자기 사소한 실수로 인해서 한없이 소심해지고 나약해져 급작스레 죽음을 맞는 얘기가 전개된다. 이 두 편을 엮어 생각해 보면, 안톤 체홉이라는 인물은 사람의 심리나 혹은 성격이 일관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계기에 의해 혹은 아무 이유 없이 급격한 변화를 싱겁게 겪을 수 있으며 인물의 일생이 아주 우연적으로 확 전환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설정은 일견 개연성이 없어보이지만 살던 시대가 워낙 격변기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주인공 외의 인물들도 일상적인 사람들은 없었다. 사랑만을 위해 일생을 바친 당시로서는 불치병 폐결핵을 앓는 가련한 아내, 불행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껴 헌신하려는 맹목적이지만 순수한 마을 아가씨, 그 아가씨의 구두쇠 엄마, 주인공의 협잡꾼 친척 동생, 조카에게 얹혀 사는 무능한 백작 삼촌, 백작부인이 되려는 욕심으로 그 삼촌과 결혼하려는 부자 미망인 등등.. 요지경이다. 극 중에서 유일하게 정신상태가 정상적이라고 할 사람은 지역 자치회 의장 레베제프인데 너무 착해서 아내에게 휘둘리고 아내 몰래 모은 쌈지돈을 빚갚는 데 쓰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모습이 짠했다.
전체적으로 재밌었고 무대 장치나 소품, 의상도 그 시대를 잘 구현한 정극의 묘미가 느껴졌다.
오늘 갔던 극장은 안톤 체홉 연극만을 공연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작품을 썼길래 그럴까 궁금하여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안톤 체홉이라는 사람 천재 같았다. 짧은 생애 동안 쓴 연극만 해도 무려 200여편~! 과연 극본수를 보니 한 작가만의 전용 극장으로 해도 충분할 분량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