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2-30 20:20
[공연정보 없음(분류 - 연극)] 연극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처]
 글쓴이 : 마니루 (220.♡.78.142)
조회 : 2,893   추천 : 0  



좁은 방한 구석.
남자가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남자의 여자친구는 종일 게임에만 열중하는 남자를 향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좀 찾아보라고 말하지만, 남자는 여자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미래를 걱정하는 여자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지 마는지 남자는 태평하게 말한다.
"나 말이야, 이대로도 어떻게든 살아지지 않을까?"

남자는 그렇게 직업도 없이(그리고 직업을 구할 의지도 없이) 여자 친구의 집에 빌붙어 종일 게임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옆집 남자 나다나베까지 끌여들여 함께 게임을 한다. 그런 남자의 모습이 곱게 보일리 만무하다. 아무리 청년층의 실업율이 높고, 비정규직률이 높다지만 저렇게 시작조차 해보지 않고 게임으로 인생을 허비하다니... 삶에 대한 어떤 고민도 없어보이는 남자의 모습은 이바노프도 고개를 저을만큼 잉여스럽고 한심하다.
더 우기 남자는 4년전에 여동생을 잃고 난후, 부모님조차 관심 밖이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라는 여자친구에게 하는 말이 또 기가막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실까봐 무서워서 못돌아간단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좋쟎아?라며 천연덕스럽게 웃어보인다.
이런...어쩌다가 여자는 저런 남자를 만난걸까? 참 남자운도 없다.

결국 굴러온 돌처럼 자신의 집에 박혀버린 남자를 보다못한 여자는 집을 나가 친구네 집으로 가버리고, 언제 돌아올지 기약없는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자에게 죽은 여동생이 나타나 안부를 전한다. "정말 이대로도 괜찮아?"

남자는 일생일대의 도전을 시작한다. 게임 속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나무막대기 하나로 대결을 시작한다. 강력한 무기도 모두 버리고, 자신을 도와줄 아군도 모두 죽이고 그렇게 홀로 남자는 승산없는 싸움을 시작한다. 결과는 역시
Game Over!


하지만, 관극 내내 한숨만 자아내는 남자의 도전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남자는 결코 승산이 없는 싸움을 멈추지 않고 마왕과의 싸움을 계속한다. 온몸이 땀에 젖고, 숨이 턱까지 차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다. 나뭇가지를 쥔 팔을 휘두르기를 수십. 수백번만에 마침내 마왕을 쓰러트린다. 그리고 환호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그전에 보던 무기력한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그래. 비록 게임 속 세상이었지만 
그에게 게임 속 세상은 현실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거인과 싸우는 골리앗처럼 단 한방에 괴물을 무찌를수는 없지만 포기하지만 않는다면....손에 든 것이라고는 작고 가느다란 나무막대기 하나뿐일지라도리의 인생은 충분히 위대한 모험이라는 것을!
남자는 그렇게 보여준다.

그의 게임의 의미를 알고나자 극은 한층 입체적이고 흥미로와진다. 물론 단 한번의 승리가 그의 인생을 장미빛 희망으로 채워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남자의 말이 포기가 아닌 희망에 찬 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게된다.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처! 비록 인생에 대한 정해진 모법답안이나 공략법은 없다 할지라도 그 도전에 한발자국을 내딘 남자의 미래는 괜찮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극장을 나서게 된다. 왠지 모를 흐믓함이 느껴진다.
누에고치에서 나비가 되듯 그렇게 남자의 겡미에 빠진 오타쿠에서 실생활로의 여정을 시작한 남자에게 그의 마지막 말처럼 응원을 던져본다.

극 은 남자가 있는 방을 중심으로 게임을 연상시키는 오브제로 가득차 있다. 게임을 하지 않지만 남자의 동작이나 말하는 아이템들이 게임 속 케릭터를 연상시킨다. 관람가가 8세라 가족과 함께 관극하러 온 남자아이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좋아하는 것을 보니 게임과 현실의 조화도 잘 아우러진 것 같다.

아직은 다 다듬어진 느낌은 아니지만, 또 그 설익은 느낌이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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