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1-05 18:45
[컬투패밀리] 연극 [ 징글징글 오, 마이 패밀리] 리뷰
 글쓴이 : 김철휘 (58.♡.15.71)
조회 : 4,479   추천 : 1  
연극 [ 징글징글 오, 마이 패밀리] 리뷰
 


대학로에서 올려지는 연극무대에는 콩가루 가족이 자주 등장하곤 합니다.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가족의 모습은 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랄까요? 드라마 '사랑과 전쟁' 보다 더 막장인 가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대학로…그 곳에서 휘과장은 오늘 이상한 가족을 또 하나 만났습니다.
 


 

징글징글한 가족이라는 관계

 

권위적이고 완고하고 고집스럽고 다정다감하지 않은 아버지…그 아버지가 암에 걸려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옆을 지키고 있는 아내는 소풍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목소리가 가득 들떠 있습니다. 남편이 죽어가는 마당인데 거실을 바꾸겠다고 인테리어 잡지를 '뒤척뒤척'합니다. 남편이 그런 아내가 못 마땅해 욕을 해대도 아내는 싱글싱글합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딸이 들어옵니다. 송곳을 100개 정도 가슴에 품고 있는 듯, 딸은 무척이나 예민합니다. 둘째 아이이야기를 꺼낼 때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날뛰죠. 아버지의 죽음을 뒤늦게 안 것에 대해 엄마에게 화를 내지만, 아버지의 죽음이 슬퍼서가 아니라 미리 알아야 할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그 사실때문에 화를 냅니다. 알고 봤더니 딸은 알코올에 빠져 살아가는 알코올 중독자였군요.

 

마지막으로 아들이 등장합니다. 손동작이며 쇼파에 앉는 모습만으로 그가 '게이'임을 단박에 알수 있습니다. 사내다움, 마초를 숭상하는 아버지로써는 죽는 순간에도 아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하라는 데로 하지 않는 아들을 미워하는 아버지…그런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는 아들, 두 사람간에 화해는 없을 듯 합니다.

 

 


연극<징글징글 오, 마이 패밀리> 블랙코미디의 진수.

 

연극 <징글징글 오, 마이 패밀리>에는 이 처럼 해체된 가족이 등장합니다. 서로를 헐뜯고 욕하고 깔아뭉개는 가족, 가족이라는 이름 때문에 다시 모였지만 피를 나누었다는 그 사실이 무색할 정도 서로를 이해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콩가루 가족들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납니다. 격한 욕을 서로 서로에게 퍼붓는데 시원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답답함을 건드린 것일까요? 가족이기 때문에 하지 못했던 말들…가족이기 때문에 참아야했던 속마음을 여과없이 보여준 때문일까요? 이건 정말 블랙코미디 입니다.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닌…

 

처음에 대학로에는 '오, 마이 패밀리' 같은 모티프의 연극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이기적인 가족, 엽기적인 가족, 이상한 가족 등등…하지만 이들 연극들과 '오, 마이 패밀리'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건 다른 연극들이 결말에 가서는 서로을 이해하는 모습으로 마무리하는 것과 달리 '오, 마이 패밀리'는 극 속에서 이해하려는 순간 자체를 삭제 버렸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에 무게를 두지 않기 위함이지요. 그래서 연극은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행복에 더 촛점을 맞춘 듯 보입니다.
 

 

연극<징글징글 오, 마이 패밀리> 가족이 있어서 행복한 걸까, 내가 행복해서 가족이 있는 걸까?

 

함께 있어도 외롭게 하는 가족,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리운 것' 처럼 가족이 곁에 있어도 한 사람의 인간이 겪는 본질적인 고독은 해소되지 않는 듯 합니다. 리타는 그래서 가족을 떠납니다. 외롭고 싶지 않아서 고독하고 싶지 않아서 사랑없이 살고 싶지 않아서 아들과 딸마저 버리고 떠납니다. 비록 그게 남편의 장래식 당일 일지라도 그녀를 욕할 수 없는 건, 순간 저도 리타처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 진정한 행복, 진정한 사랑, 진정한 인간애를 찾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연극<징글징글 오, 마이 패밀리>를 추천합니다.

 

초짜 배우들은 엄두도 못낼 <징글징글 오, 마이 패밀리>
 


리타역은 정말이지 부담스러운 역할이 분명합니다. 그 엄청난 대사량과 각 인물의 미묘한 대립을 쥐락펴락하며 극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부담이 장난아니기 때문입니다. 리타역의 최형인님이야말로 그래서 이 역할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기지도에 있어서는 자타공인 최고의 조련사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극초반 몸이 안 풀리신 것인지 조금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관록의 연기신공이 장난 아닙니다. 리타 이꼴 최형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벤역의 최용민님은 드라마에서는 욕한마디 못할 것 같은 이미지이신데, '오,마이 패밀리'에서는 그 욕지기가 너무 나도 맛깔스러워, 암환자인데도 계속 욕을 해주었으면 바라게 됩니다. 지금도 그 욕이 고프군요.

 


연극<징글징글 오, 마이 패밀리>에는 아들 커티스(조한준 분)와 그가 짝사랑한 남자 브라이언의 다소 긴 에피소드가 등장하는 데요. 두 사람의 앙상블이 기가 막힙니다. 두 분이서 여러 번 호흡을 맞춘 듯 한 느낌이 듭니다. 커티스 역의 조한준님은 정말 '게이'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 였으니까요.

 

가족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가길 택한 이상한 가족들의 이야기…징글징글 오, 마이 패밀리…훌륭한 배우들의 깔끔한 무대가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강추입니다.

 

2014년 1월 2일(목) 대학로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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