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7-15 09:08
[공연정보 없음(분류 - 연극)] 개콘보다 재미있는 연극 오백에삼십
 글쓴이 : 꿈살이 (1.♡.184.10)
조회 : 4,692   추천 : 0  


요즘 TV프로그램중 개그프로가 사라지고 있다. 소재의 고갈, 식상한 포맷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개그프로그램보다 더 웃기는 연극의 등장도 한 몫하지 않았을까?

 

대학로의 연극 무대는 이미 개그나 코믹 소재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넘쳐 난다. 조금이라도 롱런중인 연극은 빼어난 코믹 배우들이 꼭 있고, 재치있는 입담과 애드리브, 그리고 관객 참여성 이벤트가 꼭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지금 대학로에선 정극을 찾아보기가 더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도 월등히 강력한 웃음과 익살, 재치와 코믹으로 무장한 연극이 있다. 연극 "오백에삼십"이란 작품이다. 미마지아트센터 풀빛극장에서 오픈런으로 공연중이다.

 

보증금 오백에 월세 삼십으로 돼지빌라에 사는 떡볶이장사 허덕과 그 베트남 부인 흐엉를 중심으로 빌라 입주 서민들의 애환과 에피소드를 엮은 연극이다.


 

 

돼지빌라 앞에서 떡볶이 가판대를 운영하는, 경상도 사투리가 구수한 허덕과 베트남 부인 흐엉(베트남식 한국어 발음이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돼지빌라에서 다른 입주민보다 월세를 3만원이나 덜내며 여자 집주인으로부터 특별히 우대(?)받는 고시생 배변, 동대문에서 옷장사한다는(그러나 술집에 나간다고 의심받는, 흐엉의 '리얼 욕설 한국어' 지도 선생이기도 한) 미스 조, 폐지를 줍고 껌 팔러 다니면서 인심 좋은 허덕이 주는 떡볶이로 아침을 해결하는 지하방 할머니, 몇 달째 월세가 밀려 보증금도 날리게 되었을 때까지 한번도 다른 돼지빌라 입주민들의 눈에 띄지도 않은 투명 인간같은 옥탑방 거주자(형사 대접을 받게 됨을 빌미로 여성 관객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따려는 연기는 압권이다), 그리고 이들 앞에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로서 온갖 갖은 갑질 횡포는 다 부려보는, 배변에 관심 많은 혼자 사는 집주인 여자.

가난하지만, 서로 돕고 사는 소박했던 서민들의 삶과 돼지빌라 집주인과의 대립 구도로 펼쳐지는 살인 소동으로 인한 갈등이 이야기의 소재다.


 


공연 시작 15분전부터 관객들을 입장시키는데 공연장에 들어서면 특이하게도 이미 배우들이 관객들과 소통을 하고 있다. 출연 배우들이 소품인 떡볶이도 종이소주컵에 한가득 담뿍 나눠주고, 사진도 찍어라고 포즈도 취해주며 자연스럽게 관객과 대화를 한다. 연극 "쉬어 매드니스"에서 본 공연 시작전 장면과 유사하지만, 쉬어 매드니스는 배우들만의 것이었다면 연극 "오백에삼십"은 배우들이 관객과 너무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며 교감하는 모두의 것이다. 관객들이 배우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니즈(Needs)를 공연에 잘 반영한 결과이다.

 

허덕 부부는 극중 임신중인 베트남 부인 흐엉의 뱃 속 여자 아기 이름을 예쁘게 지어달라고 관객들에게 청하기도 한다. 성이 허씨인지라 '벅지', '참', '영', '례허식', '벌레', '벌라이프, 등의 이름들이 무대 위로 외쳐진다. 무대 위로 난무하는 이름들중 예쁜 이름을 베트남 부인 흐엉이 선택하면 허덕이 그 이름을 지어준 관객에게 선물을 준다.

 

겸연쩍음이나 긴장감을 사라지게 하는, 관객과 함께하는 소통 연극의 또다른 장치이다.

 

공연중 돼지빌라 집주인의 죽음 소문으로 옥탑방 거주자는 엉겁결에 형사로 둔갑되고, 뜻하지 않은 수사(?)로 이어지면서 어려운 형편에도 따뜻했던 돼지빌라 사람들의 정은 사라지고 그 사이로 의심과 억측 그리고 불신이 비집고 들어온다.

의심과 불신 속에서 벌어지는 서로간 감정의 대립과 미묘한 입장 차이, 그리고 실패한 고시생의 어줍잖은 전문 지식과 TV속 수사물의 수사 상식들이 동원되면서 벌어진 감정은 수습되지 않고, 오히려 서로에게 비난과 큰 상처로 변해간다. 그 와중에 감춰둔 짝사랑의 마음과 나름대로의 삶의 아픔과 애환이 현실감있게 객석으로 전달된다.

 

돼지빌라 주인이 죽은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알게 되면서 화해와 진심 어린 사과로 의심은 사라지고 상처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봉합된다.

 

현실감 있는 소재로 관객을 웃기다가 울리기도 하면서 자유자재로 관객을 유린해버리는 배우들의 천연덕스러운 익살과 코믹 연기는 개그콘서트보다 재미있다. 쉴 새없이 객석에서 터지는 웃음소리가 그 증거다. 특히 멀티녀 연기를 소화하는 배우 김수연과 허덕역의 배우 여신우는 참으로 자연스럽고 맛깔나게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비록 멀티녀의 대사를 다 알아듣기는 어려웠지만, 그녀의 그 많은 대사중 재치 발랄한 대사들은 희곡에 있는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상태이거나 쉼이 필요하거나 혹은 110분간 원없이 웃고픈 사람에게 연극 "오백에삼십"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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