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미리내
제목 : 바냐아저씨 관람후기
2010-01-18 01:07:35
일단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느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작품성있다, 하지만 러닝타임은 조금 줄여도 될 것 같다는 점.
앞부분은 솔직히 각 등장인물의 관계가 정리도 안 되고 잘 안 보이기도 해서 정리가 안 됐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공연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먼저 부인역할의 분은 특유의 목소리 덕택일지, 때문일지 대사를 하시는 게 귓속에 정확히는 들어오나
왠지 연기가 정말 그냥 연기를 하고 계시다는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아 들었다.
그리고 부인의 남편 교수역할의 배우분은 비중이 많진 않았으나 아프고 힘들고 고집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하신 듯하다.
그에 비해 소냐는 전체적인 전개 속에서 약간의 즐거움을 주는 귀여운 딸이자 바냐의 조카지만 대사들이 많이 거슬렸다.
주위 사람들의 평판으로 마음도 착하고 영리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게 있다면 '못 생겼다'고 하는 말,
본인 혼자서 독백으로 대사하는 씬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난 못 생겼다며 자학하는 말들이
이건 문화, 정서를 떠나서 여성의 외모에 대한 인식인 데다 부인에겐 모든 게 아름답다며 찬사를 하는데 정반대의 경우니 좀 씁쓸했다.
의사선생님과 바냐는 절친한 친구사이지만 바라봐선 안 되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결국 바냐는 교수에게 폭발하고 자신을 미치광이 취급한다며 모두에게 화를 낸다.
아픈 교수를 돌보는 가족들 하나하나가 이미 지친 상태였지만 결국 모두가 하나, 둘 이 생활을 할 수 없다며 떠나고
바냐와 조카 소냐만이 일을 하며 자신들의 고통스런 마음을 달래보려 노력하며 공연은 끝이 난다.
전체적으로 공연을 이해하려면 바냐를 가운데 놓고 인맥관계도를 그리면 될 것 같다.
그리고 공연이 주는 메시지는 삶, 사랑, 행복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는 걸 던져주고 있는듯하다.
친척이지만 교수의 책 번역일 도와주며 번역료 한푼도 떼먹지 않은 성실한 일꾼처럼 살아온 바냐와 소냐이기에 말이다.
중간중간 대사들이 우리나라 작품이 아닌 외국작품을 극화한 것이라 그런지 대사들이 정서에 안 맞아서 어이없고 웃긴 것들이 있었다.
뭐 그래도 생각을 어느 정도 뒤집으면 모든 게 이해가 되겠지. 너무 많은 걸 담으려 한 것과 시간이 조금 길었던 것 외에 모든 것이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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