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도
연극과 음악과 미술이 새로운 스타일로 만나는 연극
비밀경찰은 음악과 미술, 조명과 무대장치, 소품, 의상이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며 공연을 만들어가는 다성적인 연극 형식이다.
음악은 분위기를 반주하는 정도를 넘어 독자적인 해석으로 종횡무진 공연을 리드할 것이다. 창작국악그룹 불세출은 전통음악어법에 충실하면서도 현대인의 감성에 걸맞는 ‘한국음악’을 만들어왔다. 2007년 한국음악프로젝트 아리랑 상을 수상했고, 2008년 Korea 21c Music Here&Now 뉴욕 공연과 2009년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 파리 공연 등을 해왔다. 창작국악그룹 불세출은 <비밀경찰>과 만나 가장 국악적인 모습으로 가장 새로운 공연형식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해낼 것이다.
미술작가 홍시야의 무대미술 또한 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을 드러내는 소극적인 무대가 아닌 독특하고 적극적인 해석으로 공연 전체를 디자인하려고 한다. 최근 두 번째 개인전을 마쳤고 에세이집 <혼자살기> 그림책 시리즈 <01. 조조의 하루, 걷다> <02. 한 숨의 그릇, 담다> <03.노란 트럭의 달빛무대, 가다> 등의 저서를 썼다.
여기에 극단 동 배우들은 다양한 신체행동 방법으로 춤과 노래가 있는 정교하면서도 거칠고 섬세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즉흥연기를 펼쳐나갈 것이다. 극단 동은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 PAF 연출상을 수상했고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테레즈 라캥> <변신>등을 공연했다.
작품 줄거리
한 시골마을에 비밀경찰이 암행을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그 마을의 관리들은 당황한 나머지 우연히 그 마을을 지나던 한 청년을 비밀경찰로 오해하고 극진히 대접한다. 청년의 거짓말과 사기 행각에 놀아난 관리들이 결국 그 청년이 거짓 비밀경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순간 진짜 비밀경찰이 당도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고골리의 원작은 소도시의 관리들과 비밀경찰로 오해받는 청년 사이에 일어나는 해프닝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번 <비밀경찰> 공연에는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가짜 비밀경찰을 등장시키지 않는다. 가짜 비밀경찰이 등장하지 않음으로써 비밀경찰이라는 존재가 관리들의 공포가 불러온 환상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허깨비같은 비밀경찰의 존재에 벌벌떠는 관리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춰보게 될 것이다.
연출 방향
연극적인 연극 형식의 출발점이 된 메이에르홀드의 초기 카바레와 우리의 민속극 양식을 무대에 도입했다. 특히 남사당패의 가면극과 꼭두각시 인형극, 어름, 살판, 버나 등으로 장면을 구성, 각각의 장면에 독립성을 부여하여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연극성과 현장성을 강화하였다.
그러나 무대는 전통극적인 느낌보다는 많은 사실적인 오브제 사용으로 구성주의적이고 현대적이다. 자전거, 10명이 타는 모형 자동차, 인물들이 끌고 춤을 추는 9개의 카트가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키치적으로 사용된다. 카트는 이어붙이면 연단이나 테이블이 되고 분리하면 물건을 나르는 소도구가 된다.
무대 한 쪽에서는 등장인물이 연기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스텝이 소품을 준비하고 대도구를 순식간에 만드는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공연을 더욱 흥겹게 만들 것이다.
관극 포인트
선풍기와 커다란 타올로 폭풍이 부는 들판의 기상천외한 연극 장면을 만들어낸다. 10명의 원로들을 싣고 달리는 커다란 버스와 하늘에 뭉개 뭉개 떠있는 흰구름이 대극장 크기의 도화지에 그린 그림이고 종이 인형들이 나와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른다. 배우들이 하는 진짜 인형을 갖고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꼭두각시극. 가면을 쓰지 않았는데 순간순간 가면을 쓴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가면극. 동물농장을 연상시키는 동물들의 소리와 몸짓으로 하는 만담 극, 수많은 무희들이 쏟아져 나와 함께 춤을 추는 정통 미국식 뮤직홀 등은 신체연기의 정수를 보게 될 것이다.
연극이면서 단순히 연극이라고 할 수 없는 진짜 연극적인 연극을 체험할 수 있는 <비밀경찰>.
무엇보다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는 창작국악, 딸기대신 전구를 가득 담고 천정에 매달려있는 빨간 소쿠리가 어느 순간 환하게 불을 밝힌 별밤이 되었다가 어느 순간 수백 개의 은쟁반이 샹들리에처럼 빛나는 무대 미술을 감상하는 것 또한 이 공연만의 독특한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