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5-05-09 03:45
오락실의 그 소년
 글쓴이 : 김형준 ()
조회 : 742   추천 : 0  
오락실의 그 소년
그는 오늘도 오락실에 나타났습니다.



전 일주일전 아침 10시쯤에 할일이 없어서 오락실에 갔을때 그 소년을 봤고,

어제 밤 귀가하면서 저녁아홉시쯤 한판 하러 들렀을때도 그 소년을 봤습니다.

오늘 오후 3시경에도 그 소년은 오락실에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갈때마다 거의 있었던 듯 합니다.



그는 어딘가에 앉아있다가, 제가 게임을 시작하면 제 옆에 앉아서

제가하는 게임을 묵묵히 구경합니다. 옆좌석에서 레바를 같이 돌리면서,

버튼을 같이 두들기면서 마치 자기가 내 자리에 앉은듯한 환상에 빠집니다.



처음엔 절 좋아하는줄 알고 부담스러웠습니다. 세판째 게임인데도 따라오는게

너무 부담되서 조용히 100원을 꺼ㅓ내 "야 너해라" 라고 쥐어주는데도

계속 절 따라오는 그를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전 보글보글을 시작했고 그소년은 제 옆자리 에 앉더니 그 100원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보글보글 2인용을 시작했습니다.. 첫판부터 사탕이 나올때마다

그는 옅은 미소와 함께 " 형 드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의 뛰어난 어시스트에도 불구하고 30탄에서 점프미스로 목숨을 다 날린

저는 자리를 떳으나 그는 40판 정도 까지는 버텼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는 약 3미터 근방 떨어져 있는 저에게 죽어가는 보글보글을 붙들고

"형 이어주세요 형 이어주세요" 라고 애절한 목소리로 저를 원했지만

(사실은 저의 100원을 원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전 그 소년에게 빠져드는

제 자신을 주체하기 위해 냉정하기 거절했습니다. "야 나 돈없어 이제"



그의 안색이 변했습니다

덩달아 나를 좇아 다니던 그의 태도도 변했습니다

그는 더이상 저를 찾지 않았고 제가 잘보이는 곳에서 슈팅 게임을 해도

드럼매니아를 갈겨도 심지어 펀치머신을 가격해도 눈길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은근히 원하고 있던 바였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허전하고 씁쓸했습니다

게다가 녀석이 다른 놈 옆자리에 붙어앉아 나에게 했던 그런 관심을 보여주고

있는것을 보면서 전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저놈보다 뭐가 못났다고

저런 녀석에게 소년을 뺏겨야 하는지 이해할수 없었습니다



그 문제의 녀석이 철권을 하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오락실

한바퀴를 돌고나서는 철권tt 빈자리 하나를 골라 앉더군요

그녀석이 돈을 넣자마자 저도 100원을 넣고 가장 자신있는 캐릭터로

녀석을 제압하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은 금방 나가떨어져 2판 연속을 내리져 저에게 승리를 뺏겼고

이으지는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 약 10초후 다시 잇더군요.

이번엔 다른 캐릭을 고르길래 의아해 하면서 게임에 임했는데 역시 제가

이겼습니다. 반대편에서 '쾅!' 기계를 치는 소리와 함께 상대방은 오락실

밖으로 뛰어 나갔습니다. 저는 그때 오락실 출입구에서 소년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뛰어가는 그의 두 눈에서 뜨꺼운 것이 느껴졌다면 저만의 착각일까요?

그토록 날 좋아하고 아껴준 소년을 제 두손으로.. 레버와 버튼으로..

무자비하게 3판2선승 한판게임에서 2판 내리 밟아버렸던 겁니다



오락실 주인 아저씨는 절 쳐다보며 무언의 메시지로 '어서 쫓아가봐 어서!'

라고 외치는것 같았습니다

다른사람들의 눈빛도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전 옆에 사람 하나를 붙잡고 제가하던 철권을 맡긴 후

황급히 뛰어 나갔으나 소년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이젠 다시는 그 소년을 만날 수 없을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하지만 제 마음속에서 그는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댓글 등록시 10 Point가 적립이 됩니다.
 
 

Total 45,345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1880 일본에서 지진 피해가 크면서도 인명 피해가 … 김충원 05-09 744 0
11879 나 오늘 체력검사 했다. 김충원 05-09 722 0
11878 §요조깡녀§ 할머니... 김형준 05-09 694 0
11877 §요조깡녀§ 성...교...육...(대략...100금;;) 김형준 05-09 745 0
11876 오락실의 그 소년 김형준 05-09 743 0
11875 [양띠숙녀] 화이팅 강고 트리오 김연경 05-09 750 0
11874 이게 바로 군인이다 김연경 05-09 742 0
11873 [양띠숙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김연경 05-09 745 0
11872 펌-당연한 상식들.... 김나영 05-09 744 0
11871 §요조깡녀§ 유치원 선생님의 비애 김나영 05-09 743 0
11870 §요조깡녀§ 노래방..; 김나영 05-09 744 0
11869 조직 배주은 05-09 775 0
11868 트라이 배주은 05-09 746 0
11867 무서운 주문 배주은 05-09 745 0
11866 괜찮니? 배나은 05-09 783 0
   2231  2232  2233  2234  2235  2236  2237  2238  2239  2240